10년전 나의 이야기
: 살아버린 다음 날 아침, 그리고 이상한 변화
그날 새벽.
고량주 한 병에 정신이 반쯤 나간 채, 바닥에서 눈을 떴다.
창문은 밀폐되어 있었고, 방안은 축축하게 눅눅했다.
그런데도… 나는 살아 있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숨이 쉬어졌다.
“왜?”
“어떻게?”
“내가 아직 살아 있다고?”
혼란스러웠다.
실패한 자살이 기적처럼 느껴질 리 없었다.
그저, 멍했다.
정말, 멍… 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속은 뒤엉켰고, 입에서는 쓴내가 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아침 창밖으로 들어온 빛은 유난히 따뜻했다.
햇살이 내 이마를 스치고, 벽을 타고 흘렀다.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아무 소리도 없는 아침.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는데,
창문 너머에서 누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였다.
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 가는 길이었고,
그 뒤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래… 세상은 이렇게나 멀쩡한데,”
“왜 나만 이렇게 망가졌을까?”
그날, 나는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면도도 했다.
씻은 얼굴을 다시 거울로 마주했다.
어제 그 ‘자살 직전의 눈빛’은 사라져 있었다.
대신, 조금은 낯설지만 분명한 감정 하나가 남아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
지금 당장 멋진 인생을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생각.
그게…
내 인생이 아주 조금씩, 아주 느리게,
달라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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